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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룡 다듬이돌 침산마을
    러블리타운 2018. 1. 9. 22:03

    마을 북쪽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언덕 위에 우뚝 솟은 교회. 그 주변으로 집들이 쪼르륵 늘어섰다. 부여 구룡면 주정리의 침산마을이다.
    침산마을은 주정리의 중심이기도 하다. 구룡평야 한 가운데에 산이 덩그러니 있어 왕릉으로 오인되기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주정리는 백제시대 때 1만호나 되는 집이 있었을 만큼 큰 동네였다고 한다.
    이곳은 명당 중에 명당인데, 북쪽에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등성이가 성을 이루고, 구룡포라 불렸던 큰 물길이 평야를 가로지르고 있다. 조산이라 부를 수 있는 침산에는 넓디 넓은 평야와 물길에서 풍부한 자원을 얻고, 성 같은 산과 계곡이 북방에서 밀려오는 적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다. 

    마을에서 바라본 남쪽 전경.

    주정리는 이 침산과 배매, 목고개, 벌터 등의 자연부락이 있다. 지금은 주정1리, 2리 이런 식으로 나뉘어있다.
    구룡포라는 지명이 전해내려오는 것은 금강 줄기에 뻗어 내려가는 부여지역의 4대지천인 구룡천이 흐르기 때문 같다. 아마 당시에는 이곳에 나루터가 아닌 포구가 있었다는데, 구룡천이 지금의 모습보다 그 폭이 훨씬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다른 부분은 조선시대에 이곳의 행정구역이 홍산 해안면이었다는데, 해안은 海岸으로 쓰인다. 즉 바다와 맞닿은 육지라는 뜻이 담겨있을 정도로 큰 강이 지척에 흐르고, 포구라 불릴 정도로 큰 배들이 드나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천에는 가물치가 많이 살았다는데, 나무에도 번쩍 뛰어 올라 있었다가 사람들이 나타나면 후두두둑 물속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가물치는 구룡포 것을 알아줬다고 한다. 소를 잡아 먹은 가물치들이었다는 옛 이야기도 있다.

    한 집의 모서리다. 작은 쪽문이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카메라에 담으니 회색 빛에 포인트로 자리하고 있어 즐거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대개 이런 쪽문들은 재래식 화장실인 경우가 많다.

    개량된 지붕아래 주차돼 있는 경운기. 이 경운기는 자신만의 차고에 들어 있어 눈도 피할 수 있다.

    침산 정상에 서 있는 교회. 지금은 신자가 약 30여명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수십년 전 이곳에 들어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이 마을 주민들의 교양을 쌓는데 일조한 역사일 것이다.

    교회 옆에는 마을회관  겸 노인회관이 있다. 막내가 언뜻봐도 65은 넘어뵌다. 멀리서 시집와 40년을 넘게 살은 노인들은 뜨끈한 회관에서 편히 쉬고 있는 것에 무척이나 감사해했다. 그간에 자식들 키우느라 애썼던 날들이 지금은 기쁘게 웃을 수 있는 추억이란다.

    탱자나무 담장이다. 예전에 집집마다 경계를 세울 때는 담벼락 대신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늘 심고, 그 옆을 잘 다듬어 조경으로 쓰기도 했다. 겨울에 만난 탱자나무지만 푸르고 두터운 잎과 노란 탱자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으로 연상된다.

    큰 벽돌을 쌓은 한쪽 벽면이 구멍 나 있다. 허름한 집이지만 이젠 기성세대의 아련한 그리움이 아닌가 싶다.

    침산 남쪽에 있는 230년 묵은 왕버드나무다. 이 아래로 천이 흐르는데 아마 하천정비 사업 이전에는 이 나무아래 많은 이들이 평야에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 모여들었을 것 같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모습.

    이 왕버드나무는 2007년에 보호수로 지정됐다. 당시 수령이 220년이었으니 올해 231세가 된 것이다.

    노인회관은 마을 커뮤니티장소다. 윷놀이는 빼놓을 수 없는 시간때우기 프로그램이다. 어찌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즐길 수 있는 가장 인기있는 보드게임은 윷놀이가 아닌가 싶다.

    "이장이 잘하면 대동회에서 윷놀이도 하고, 선물도 주는거여. 지금 저짝 방에도 부녀회장이 휴지를 잔뜩 쌓아놨어. 윷놀이 해서 준다더라구."

    이 마을은 산신제  같은 민속행사는 없다. 다만,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늘상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난 내 생에 이런 날이 올지 몰랐어. 나라에서 쌀도 줘서 같이 밥도 해먹고, 기름도 넣어서 이런 뜨끈뜨끈한 방에서 호강할 줄은 진짜 몰랐지."
    노인들은 옛 추억을 잘 더듬지 못했다. 그저 들에서 농사짓고, 휴농기에는 장사나가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자식들 가르켜야 한다며 앞만 봐 왔다.
    오후 네시께가 되자 이 노인회관은 열댓명이 넘게 앉아 웃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침산마을의 겨울도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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