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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천 점4리 마을의 봄
    러블리타운 2018. 4. 12. 16:39
    철지난 억새와 꽃이 떨어져 푸른 새 잎이 돋기 시작한 벚나무. 그늘진 원두막과 언덕 위에 자리한 교회의 풍경은 아늑하다.

    마을 입구에서 바라 본 풍경.

    길이 잘 정비돼 있는 듯한 모습은 집집마다 각종 꽃나무를 심어놓고, 길가에 관목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가까이 다가가니 벚꽃이 더 그윽하다. 떨어지고 잎과 열매를 맺는 모습이 노인들의 아름다운 삶과 같다.

    노인회관에선 대여섯 명이 오후 3시가 다 되서야 점심이 한창이다. 16살에 어린 동생을 업어 키우다 시집 와 여든이 훌쩍 넘은 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노년을 보낸다.

    집집마다 입구엔 각종 꽃나무가 제법 크게 자랐다. 개나리도 봄의 끝자락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이야 얼마나 좋아. 나라에서 밥해먹으라고 쌀도 주고, 기름도 넣어주고, 너무 행복해. 암만..."

    봄보다는 이 미소가 더 아름답다.

    80여년을 살면서도 자식과 손주걱정을 달고 사는 이들은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란다.

    "난 올해부터 일도 안다녀. 아퍼서 못하것어. 이러다 아프지말고 천국으로 가야하는디... 그래야 자식들한테 기대지 않지. 노인병원이라도 들어가게 되면 자식들한테 얼마나 짐이 되겠어."

    마냥 좋다. 개울물도, 봄 하늘도 점4리 구석구석도 좋아보인다.

    점4리마을 노인회관은 다른 곳과는 상당히 정적이다. 그 흔한 화투놀이도 없고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끝낸다. 그래도 그 표정이 어찌나 사랑스런지 매일 보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노인네들의 하루는 누웠다가, 앉었다가 늘 반복하기만 하는 것 같지만 때에 맞춰 무언가를 찾아서 움직인다.

    "쑥 뜯으러 가야지. 푹 쪄서 말려놔야 자식들 오면 챙겨주지."

    노인들의 미소는 마을의 아늑함과 꼭 닮았다. 마을 한가운데를 질러 세동천으로 들어가는 냇물도 노인들의 미소처럼 굽이굽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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