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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일정(六一亭), 활을 내다
    러블리인문학 2018. 5. 26. 17:04

    육일정 회원들이 백마강변에서 과녁과 부산을 등뒤로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육일정 회원들이 백마강변에서 과녁과 부산을 등뒤로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후 2시. 초여름 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시각. 백제교 다리 밑에 모여든 이들은 바른 자세로 앉아 있다. 벗들을 만나면 떠들기 일쑤인데, 이들은 무엇을 위해서인지 그저 점잖은 자세로 무언가를 기다린다.


    궁사들에게 추위와 더위, 악천후 등 변덕스런 날씨는 그저 시위를 당길 때 고려해야 할 계산의 일부다. 차들이 다리 위를 지나가며 덜컹대는 소리도, 변덕을 부리는 백마강 강바람도, 처음 마주친 이가 어슬렁대는 것도, 정신을 집중하는데 전혀 방해의 요소가 되지 못한다.


    남영공원 육일정을 놔둔 채, 이름 석자만 들고 천막 하나에 의지하며 백마강변으로 나온지 1년 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곳을 나오기란 여간 여러운 일이 아니었다. 수십 년을 지냈던 보금자리를 선뜻 내놓기란 궁사들 사이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활시위를 당길 때 주변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궁사들이 가진 본질이 이들을 다시 깨웠다.


    전상직 사두가 활을 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전상직 사두가 활을 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활은 무기입니다. 그래서 활을 수련하는데 여러 가지 연습이 필요하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활을 낼(쏠) 수 있습니다.”


    전상직 사두는 육일정의 새로운 장소가 다시 정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백마강은 수려한 경관, 궁사들 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접근성도 좋은 곳이다. 야간에도 시위를 당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그렇지만 겨우내 불어대며 뺨을 때리는 날카로운 강바람만은 피하고 싶을 정도다. 관광객들에게 체험요소가 되고 싶기도 하고, 칼바람도 피하고 싶은 여러 가지 고민 가운데, 최적의 방안을 찾길 기다리고 있다.


    <육일정, 여섯 가지 기예 중 하나>


    근래에 대도시에는 실내양궁이 열풍이다. 지나친 음주가 아니라면 가능한 스포츠가 됐다. 단거리를 쏘는 양궁은 직장인들에게도 스트레스 해소 등으로 인기다. 부여도 젊은 직장인들이 활시위를 당기기 위해 육일정에 가입하고 있다.


    육일정은 1926년 정림사지 오층석탑 근처에서 궁사 50여명이 모여 창설됐다. 그러다 서병훈 옹이 1934년 남영공원으로 옮겼다. 육일정은 여섯 가지 기예인 육예(六藝) 중 하나인 활쏘기를 하는 곳임을 내포하고 있다. 육예는 활쏘기와 말타기, 글쓰기, 수학, 음악, 예의를 가리킨다.


    활쏘기는 이 육예의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 중 사를 가르키는데, 활을 쏘는 궁도에는 아홉가지 덕목인 구계훈을 지켜야 한다.


    활시위를 한껏 당겨보는 육일정 회원.활시위를 한껏 당겨보는 육일정 회원.



    첫째는 인애덕행(仁愛德行)이다. 어질게 사랑하고 덕을 행하는 것이다. 둘째는 성실겸손(誠實謙遜)이며, 셋째는 자중절조(自重節操)로 스스로 무게 있게 절조를 지키라는 것이다. 셋째는 예의엄수이며, 넷째는 염직과감(廉直果敢)청렴하고 강직하며 과감하라는 가르침이다. 여섯째는 습사무언(習射無言)으로 활을 낼 때에는 말을 삼가토록 하고, 일곱째로 마음과 몸을 바르게 한다는 정심정기(正心正己), 여덞번째는 승자를 원망하지 않는 불원승자(不怨勝者)의 마음이며, 남의 활시위는 당기지 않는 막만타궁(莫灣他弓)을 아홉 번째로 하고 있다.


    그래서 육일정의 입회는 예전부터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입회하려는 이들의 인품까지 고려했던 것이다. 무려 다섯 명의 이사들이 전원 만장일치를 해야만 입회가 가능했다.


    또한 정신무장 외에도 기초 체력을 위해 한 달 가량은 빈 활을 당기며 힘을 기른다. 


    예전보다는 입회절차를 간소화 시켜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모습이지만, 예전은 무기를 다루기 때문에 활을 낼 수 있는 인성적 자질 검토가 강했다.


    <활을 내다>

    육일정의 정식 회원 입회비는 남성 20만원, 여성 10만원이다. 여성회원들의 입회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회비가 조정됐다. 월 회비는 3만원이다. 이외 추가로 교습비 등은 따로 받지 않는다. 연습기간 동안은 육일정에 비치된 연습용 활을 사용할 수 있다.


    입회 후 1개월에 걸친 활시위 체력 훈련이 끝나면 사범과 함께 실제로 과녁을 향해 활을 내보는 기회가 주어진다. 반드시 사범이 입회해야 된다.


    사범을 통한 교습과 실전교습이 되면, 자신의 힘에 맞는 활을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장력이 15~80파운드 사이로 넓은데, 자신의 체형과 힘에 맞게 사범이 추천해준다. 활은 각궁이 60~70만 원 대이며, 카본궁은 20~30만 원 대로 구입이 가능하다. 구입이 망설여질 경우 사범이 대신 구매해주기도 한다.


    활시위를 한껏 당겨보는 육일정 회원.활시위를 한껏 당겨보는 육일정 회원.



    활을 낼 수 있는 시간은 따로 없다. 특별히 단체 체험 등으로 인해 자리를 비워줘야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백마강변으로 옮기고 나선 야간에 활을 내는 연습인 야사(夜射)가 가능해졌다. 보통 회원들은 오후 2시께 이곳에 모이지만, 저녁이나 밤에 찾는 이들도 더러 있다.


    “보통 대회에 나가면 참가자들이 많기 때문에 밤까지 대기하다가 활을 내는 경우도 많아요. 지금은 과녁에 센서가 부착돼 있어서 화살이 과녁에 명중하면 불이 들어오지요.”


    육일정에서는 최대 21명까지 동시에 활을 낼 수 있다. 7명씩 3팀으로 나눠 1번부터 3번까지 과녁을 사용한다. 주로 5발씩 활을 낸 뒤에 거두고 나서 쉰다. 그리고 다시 활을 내러 나가는 형태다.


    전상직 사두는 지역의 궁도문화에 대한 무관심이 다소 아쉽기만 하다. 이제는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정신을 무장할 수 있는 강력한 정신집중의 매체이다. 특히, 우리 민족의 기상이 담긴 무도로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리 민족을 동의족이라고 하지요. 부여는 특히 국궁을 더 장려해야 하는 역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이곳이 남부여지요. 부여의 후손들입니다. 활을 아주 잘쏘는 민족이지요. 몽골도 우리 민족 줄기라고 하지요. 그래서 말도 잘타고 활도 잘 쏜다고 해요. 부여는 국궁을 더욱 장려해야 합니다.”


    육일정에 대한 가입문의는 010-4451-6691(전상직 사두)로 하면 된다. 전화예의를 갖추지 못하는 순간부터 입회는 거절될 수 있다.



    김정용 사범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김정용 사범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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