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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라쓰카 운이치 <백제의 옛 수도>
    러블리인문학 2018. 5. 28. 14:35



    <출처: https://www.wikiart.org/en/unichi-hiratsuka/old-city-in-kudara-paekche-korea-1935>


    부여에는 몇 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석탑이 하나 있다
    .

     

    부여토박이들 사이에서는 백제탑이라 불리며, 금동대향로와 함께 부여라는 도시의 자랑스러운 상징이자 백제시대의 석탑 양식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백제양식의 석탑으로 역사책에 소개되기도 한다.

     

    반면, 소정방이 백제 점령 후 1층 탑신부 사면에 대당평제국비명이라 새긴 글귀 때문에 소정방이 세운 평제탑이라는 오명을 한동안 가지고 있기도 한 안타까운 기억을 간직한 탑. 바로 국보 제9호 정림사지 오층석탑이다.

     

    히라쓰카 운이치는 창작판화를 확립한 일본 작가로, 국화회판화부의 창립에 힘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백제의 옛 수도>, <내금강 풍경><경주 첨성대>등 우리나라를 소재로 한 그림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탑을 보고 스케치한 구도라는 히라쓰카 운이치의 <백제의 옛 수도>의 작품 속 정림사지 오층석탑. 그 당시 백제탑의 전경을 표현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배경은 따스한 느낌을 주는 노란 계열의 색감으로 표현했다.

    <백제의 옛 수도>는 백제탑의 특징을 세심하게 담아내었고 특히 끝부분이 살짝 올라간 옥개석(석탑이나 석등의 지붕형상을 한 부분)을 잘 표현했다. 그 때에는 탑 주변으로 울타리가 둘려져 있었나보다. 작은 집모양의 안내판 같은 것도 세워져 있다.

     

    시선을 조금 옮겨 탑 주변을 살펴보면 땔감을 한가득 지고 잠시 쉬는 듯 서 있는 사람과 이파리가 다 떨어진 채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땔감을 지고 있는 사람을 보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쉬고 있는지 나무 짐이 꽤나 무거워 보이고, 홀로 있으니 외로워 보이기도 하다. 땔감을 저렇게나 해 가는 걸 보니 조금 있으면 겨울이 오려나 보다. 가을 낙엽이 다 떨어진 채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는 겨울이 코앞까지 왔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 땔감을 지고 있는 사람은 모자까지 잘 챙겨 썼다.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면 배경의 노란계열의 색은 따스한 느낌보다는 늦가을 혹은 겨울 초입의 쌀쌀하고도 쓸쓸한 느낌을 준다. 홀로 서 있는 석탑, 혼자 서있는 사람 그리고 앙상한 한 그루 나무. 작가는 백제탑이 가지고 있는 그 안타까운 기억을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홀로 몇 백년을 한 자리에서 서 있었던 백제탑의 외로움을 작품에 담아내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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