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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으른 자식들 버릇 가르친 외산 갈산리 고갈마을
    러블리타운 2018. 11. 8. 21:17

    가을 단풍이 울긋불긋이다. 입동이 지났지만 따스한 빗물이 잎사귀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는지 색이 제법 나오고 있다.

     구부정한 길을 이리저리 내달리다 내산 지티고개를 넘어 외산면 경계에 들어서면 우측으로 쿵쾅대며 공사가 한창이다. 제법 반듯한 길을 내고 있었는데 금지사가 있는 고개 옆으로 부여와 보령을 잇는 국도 확포장 공사다. 

     이 길이 나면 부여와 보령을 오가는 시간은 지금보단 훨씬 단축된다. 그리고 구룡에서 외산으로 오는 구부정한 길은 지금보다 더 한적해질 것이다.

    고갈마을 입구에 설치된 도로 지지구조물이다. 그 뒤로 지티고개가 푸른 머리에 울긋불긋한 수염을 드러내고 있다.

     외산면 경계 이 곳에 첫 관문은 닿는 갈산리이다. 움푹패인 곳에 자리한 마을인 안골, 도로 가장자리인 반교천을 맞대고 있는 안터골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고령박씨와 경주김씨, 해주오씨들이 정착해 일궈놓은 곳이라 한다.

    고갈마을 입구에 놓인 안내석

     차령산맥의 자락인 덕매산 사이에 동편과 서편으로 형성된 마을은 특이한 구조다. 동편이 1리다. 덕매산은 소금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옛날에 소금장사들이 오갔다고 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산이 소금재다. 정면에 보이는 산 아래가 안골인듯 하다.

     부여지역의 소금은 보통 보부상들이 양화 갓개포구에서 공급받아 홍산, 내산, 외산, 청양으로 이어졌음직하다.

    #1.고갈마을

     갈산리는 갈산과 내대가 합쳐진 곳이다. 안골과 안터골, 아랫뜸, 웃소금재가 합쳐진 곳이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릴지도 모른다. 지금은 1리를 고갈마을이라 부르는데, 갈산이라는 이름 이전에 꾀까리라고도 불렸었고, 고갈(高葛)이라고도 불렸었다고 한다.

    감나무 주인은 새들이 깃들도록 많이도 남겨놨다.

     지도에는 안골이 텅 빈 것 같다. 골짜기 앞으로 밭이 넓게 산자락에 아래 펼쳐져 있는데  이곳을 두고 우측과 좌측에 있는 지티고개와 소금재를 '큰 은단지골', '작은 은단지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래된 집이다. 지붕은 슬레이트모양의 함석이 얹혀 있으나 창문은 세살창이고 대나무도 수십 년은 된 것 같은 한옥이다. 바깥에 쌓아놓은 장작더미 옆으로 경운기 모터에 걸어서 썼던 탈곡기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전설 속 고갈마을

     갈산리의 은단지골은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게으른 아들들의 버릇을 고쳐줬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 아버지는 임종 직전에 게으른 아들들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산에 은단지 세 개를 묻어놨다고 말했는데 자식들이 그것을 찾기위해 땅을 모조리 파헤치고 다녔다는 이야기다. 나중에는 게으름을 깨우치기 위한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다.

    소금재. 작은 은단지골이라 추정된다. 지티고개가 큰 은단지골이라 볼수 있겠는데 산의 크기로 이름이 지어진 게 아니라, 큰 아들이 오른산과 작은아들이 오른 산을 두고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전설이지만 마을의 형상에서 드넓은 들판이 자리해 믿음이 더해진다. 풍부한 농업용수,넓은 들, 남향의 위치 등 오목하게 들어앉은 들과 터전은 정말 아늑해 보인다.

    산자락 아래로 흐르는 도랑이 맑다. 그 소리도 참 맑다.

    여느 집들의 풍경. 지티고개 산줄기에 기대있는 집들과 감나무, 김장배추가 가을 빛을 머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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