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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정그림책마을의 숨은 보물 '이선정 씨'
    러블리부여인 2018. 11. 28. 08:27


     송정그림책마을 찻집에 들어서자마자 할머니 두 분이 선반위로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이어 주름진 손으로 주문을 받아 음료를 만들고는 진동벨 대신 ‘음료 나왔습니다’하고 말한다.


     오늘 아침 고구마를 쪘다는 할머니의 말처럼 고구마 냄새가 풍기고, 음악 대신 조근 조근 소리 낮춰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울리는 이 찻집에는 그림책들이 가득하다. 50여 명의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그렸다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들. 



     그림책은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으로 대부분 작가들의 경험에 허구나 상상이 가미됐다. 굉장한 훈련과 능력이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기에 어르신들이 직접 경험한 것들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느새 특별한 콘텐츠가 됐다. 어르신들의 자전적 동화책에 대한 반응은 상당했다. 실제로 서울이나 경기지역 등 외지에서 찾아오는 분들이 많고, 그림책도 주문도 많다.


     이곳의 사무장 이선정 씨는 서울에서 17년간의 회사생활을 접고 ‘시골백수생활’을 꿈꾸며 부여로 왔다. 


    “지인에게 살만한 곳을 좀 알아보라고 했더니 이곳을 추천해줬어요. 마을이 조용하고 인심이 좋다고 해서 조용히 쉬러 왔는데 어쩌다보니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그녀는 송정마을에서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이어리의 빽빽한 스케줄표가 그녀의 업무량을 말해주고 있다. 재고 정리와 주문, 회계부터 커피 원두를 바꾸고 기계를 만지는 것 기타 일들까지 그녀가 맡고 있다. 


    “자랑 같지만 어르신들이 저를 엄청 예뻐하세요. 도시에서 와서 무료로 봉사를 하고 있다 보니 제가 악소리만 하면 다들 엄청 걱정을 해주시고 챙겨주세요. 어떻게 보면 일도 많고, 여기서도 스트레스나 걱정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때와는 다른 종류죠. 풍경도, 사람도, 먹을 것도 모두 풍족하다고 느껴요.”



     이곳은 부여의 읍내와도 떨어진 마을이다 보니 도시와는 다르게 택배를 하나 부치는 것조차 예약을 하고, 시간을 맞춘다. 약속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택배를 보낼 수 없다. 도시에서는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도시에 살던 이들은 슬로우라이프, 워라벨을 외치며 시골 마을에 살고 싶어한다. 마을분들이 아무것도 없는 이런 곳이 뭐가 좋냐며 기가 막혀 한다. 이선정 씨는 이 두가지 모습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 


     이곳은 이선정 씨와 마을어르신들의 봉사활동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모든 수익은 마을공동기금으로 쓰이고 있다. 그저 마을에서 해야 한다고 하면 싫고 귀찮은 마음보다 그저 해야만하는 줄 아는 순박함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책과 인형극 등 어르신들이 지금 하고 계신 모든 것은 어르신들께 새로운 경험이고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에요. 일생을 한 동네에서 농사만 지으시다가 인생황혼기에 문화 활동을 하시는거죠. 어르신들의 경험이 가장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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