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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의 부여는 참 아름답다”
    러블리부여인 2017. 5. 23. 23:41


     


    “어서오세요” 


     밝은 얼굴로 은은한 커피를 내리고 있는 김효정 씨를 만났다. 1년 전 서울에서 부여로 내려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커피는 성급하지 않아야 해요. 커피는 종류에 따라 향도 다르고, 내리는 방법에 따라서도 달라지거든요. 저도 사실은 지금 공부 중이예요.”


     부끄러운 듯 미소 짓는 효정씨가 처음부터 커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효정씨는 부여에서 부여정보고등학교 사무자동학과를 졸업했다. 일반 인문계에 비해서 부여정보고등학교는 사회에 바로 진출할 수 있는 자격증을 더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갓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새로운 꿈이 생겼다.


    “저는 뮤지컬이나 연극을 좋아해요. 그런데 2000년 초만 하더라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은 서울이 유일했거든요. 그래서 더 넓은 사회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서울로 가자. 거기서 20대를 지내보자!”


     서울에서 멋진 20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꿈꿨다. 그리고 서울에 처음으로 가자마자 대학로로 향했다. 


    “그 동안 보고 싶었던 연극 티켓을 샀어요. ‘옥탑방 고양이’라는 연극이었죠. 내 생애 첫 연극이라 잊을 수가 없어요”


     효정씨가 생각하는 20대의 서울은 높은 건물, 많은 사람들, 바쁜 발걸음, 다양한 볼거리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리고 첫 직장을 잡았다. 김포공항에서 보안검색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서울은 효정씨에게 20대의 처음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첫 직장, 첫 만남, 첫 도전, 그리고 첫 사랑.


     하지만 서울의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린나이에 서울에서 홀로서기란 힘들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에 대한 선입견과 학벌에 대한 자격지심에 자신감이 점점 줄어들었다. 믿고 지내던 회사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쉽사리 잊히지 않았고, 서울생활이 지칠대로 지친 10년째 어느 날, 고향 부여가 그리워졌다.



    “갑자기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더라고요.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10년간의 서울을 도망치듯 그대로 짐을 싸들고 부여로 내려왔어요. 조금 쉬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부여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1개월의 나만의 휴가를 즐기던 어느 날 부여 읍내로 나가고 싶어졌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 앉아서 커피 향을 느꼈다. 효정씨에게 커피향은 사람을 느긋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바리스타 공부를 해볼 수 있다는 문화센터를 찾아서 등록을 하고,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과 행복이 찾아오고 있었다. 커피를 내리면서 여유를 배웠고, 맛있는 커피 맛이 좋다는 손님의 이야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쉬다 다시 출발해야지 하는 생각이 사라지고, 제 2의 도전을 부여 내 도시에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지금은 보육교사 공부 중이라고 했다. 



    “무엇을 새롭게 배우고,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자전거를 타면서 자연을 느끼는 일이 이렇게 행복한지 몰랐어요. 이제야 다시 새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10대의 부여는 참 심심하다고 느꼈는데, 30대의 부여는 참 아름다워요.”


     부여에 내려온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그리고 효정씨는 오늘도 내 고향 부여에서 그렇게 또 다시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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