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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을 달리는 자동차
    러블리부여인 2017. 8. 8. 21:14


     태영카센터를 운영하는 김광수 씨의 인생은 16살 때부터 자동차와 함께였다. 당시엔 사실 자동차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그저 가난하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다. 지금처럼 취업이라 할 것도 없이 1년간 배우는 개념으로 일을 시작했다. 


     20대 중반에는 사우디에 나가 4년 정도 내내 자동차를 정비하는 일을 하고 돈을 모아 다시 부여로 돌아와 카센터를 열었다. 지금이야 도로도 좋아지고 신차도 많고, 컴퓨터나 장비도 점검하는 시대인지라 동네 카센터가 꽤나 한적하지만 그때는 참 바빴다.


     당시엔 대부분이 비포장도로인데다가 오래된 차들도 많고, 농기계들도 많이 봤기에 벌이도 좋았다. 어떤 날에는 다른 지역까지 출장도 다녀오느라 손이 딸려서 간단한 부분은 전화로 조치 방법을 알려드리고 근처에 연결해 드리는 일도 잦았다.



     광수 씨의 가게를 찾는 이들은 오래도록 꾸준히 발걸음을 하고 있는 이들이 주를 이룬다. 오래된 단골 고객은 어느새 25년 째 차를 그의 가게를 찾는다. 그들의 차는 벌써 몇 번이나 바뀌었지만 정비는 언제나 그의 손을 거친다. 손님들은 ‘주로 오래 되신 분들로, 오시는 분들이 또 오고, 항상 찾아주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죠’라고 말하는 광수 씨의 목소리가 무뚝뚝하지만 아까와 다르게 컸다. 자동차를 오래도록 믿고 맡겨준 단골의 신뢰에 대한 그만의 감사의 표현이 아닐까 싶었다.


     그는 요즘도 가끔 전화가 오면 마을 안쪽으로 출장을 나간다. 아직도 부여 마을 깊은 안쪽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어르신들이 직접 나와 차를 챙기기가 어렵기 때문에 전화벨 소리가 울리면 툭툭 엉덩이를 털고 일어설 뿐이다. 



     광수 씨가 좋아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동물이다. 그는 타조, 거위, 칠면조, 닭, 염소, 돼지 등 많지는 않지만 여러 종류의 동물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저 한두 마리씩 취미로 기르기 시작했는데 종류가 좀 늘어났을 뿐, 알을 낳으면 주변에 나눠주거나 계란으로 먹는 정도로 키우는 것으로 판매용은 아니라고 설명하는 모습이 꽤나 열성적이어서 순수한 아이의 모습까지 느껴졌다. 



     지금은 밭에서 고추와 파 같은 것들도 심고 동물들도 돌보면서 자동차도 고치며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런 그도 잠시 몸이 아팠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엔 몸을 돌봐야 했던 지라 정성들여 키우던 소를 팔아야 했었는데 얼마나 속상해 했을지 그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요즘 광수 씨는 자동차와의 인연을 얼마나 더 이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언제나 안녕을 준비하는 것은 아쉽다.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일이든. 



     “그땐 지금처럼 뭐 준비하고 공부하고 그러는 취업이라는 게 없었어요. 그냥 먹고 살기 힘드니까, 어디 가서 배우면서 일하고 한국에서는 돈 모으기가 힘드니까 외국에도 나가고 그랬어요. 그렇게 일하면서 살다보니까 지금까지 가족도 생기고 챙기고 그랬네… 한참 다니시던 분들이 좀 아쉽네요”


     가난했던 시기, 선택지 없이 시작했던 일이 인생이 돼 일생을 함께할 가족을 만들어준 터전이 돼 준 가게를 정리할 날짜를 가늠해야하는 그의 말투가 끝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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