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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여군 길냥이 깨돌이
    러블리부여인 2017. 9. 13. 02:48


     깨돌이는 거의 매일 아침, 혹은 저녁마다 부여군시설관리공단 사무실 문 앞을 서성거리며 애옹거린다. 아무도 나오지 않을 때에는 더 큰 목소리로 울어댄다. 누가 이곳의 주인인지 모를 지경이다. 

     깨돌이는 2013년 부여군시설관리공단이 출범 이후 14년 3월 본부를 충화 청소년수련원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다. 13년 말 미리 수련원 현장에서 방문한 담당자들이 서동요 세트장을 살피던 중 바구니 안에 한 데 모여있는 새끼 고양이들을 발견한 것. 별 생각 없이 돌아갔던 이들은 14년, 다시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시 만난 고양이들의 몸집은 한 층 커져있었다. 반갑기도 했지만 근처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없다보니 공단이나 동네를 배회하는 고양이들은 점점 늘어났다. 그렇다보니 누군가가 풀어둔 약에 몇 마리는 죽게 됐고 또 몇 마리는 어느 순간부터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꾸준히 눈에 보이던 녀석이 깨돌이였다. 


     깨돌이는 며칠을 안보이다가 여기저기 상처를 달고 오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에는 햇볕이 좋은 곳에서 종일 늘어지게 낮잠을 자기도 했다. 이를 귀엽게 보던 당시 이사장과 식당 직원들이 음식을 챙겨주기 시작하면서 음식을 주면 멀리서 사람이 사라지길 기다리다가 잽싸게 먹을 것만 물고 사라지던 깨돌이는 점차 거리를 좁혀왔다.

     처음 이들은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먹다 남은 음식을 줬다. 그러다 고양이에게 염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매일 찾아오는 깨돌이에게 차마 몸에 해로운 음식은 먹일 수 없어 직원들은 손수 사료까지 준비해뒀다. 추운 겨울에는 일부러 박스도 내놓았다. 이런 시간이 지속되자 깨돌이는 밥을 먹는 시간에 가끔씩 곁을 내주기도 하는 등 변화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사무실 문 앞에 죽은 생선이나 오리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무실 밖을 나서던 직원들이 깜짝 놀라는 일도 많았다. 이는 흔히 말하는 ‘고양이의 보은’, 깨돌이의 선물이었다. 매번 제 식사를 챙겨주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는지 이젠 제법 애교도 먼저 피운다. 



     그런 깨돌이가 노란치즈색 고양이를 만나기 시작했다. 그간 깨돌이의 연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만큼 깨돌이가 공을 들인 적도 없었다. 언제부턴가 깨돌이가 밥을 남기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여자친구를 불러 밥을 먹이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는 꼭 붙어 앉아 그루밍을 해주기도 했다. 밤늦게까지 숨어 데이트를 하던 야옹이 커플을 모른 척 지나가주던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했던지 깨돌이와 여자친구는 꽤 잘 지냈다. 

     몇 달 전, 깨돌이는 한참 겨울에 비해 살이 빠지고 여자친구는 살이 좀 쪘다. 더운 여름인가 보다 하기에는 다른 변화였다. 눈치를 챈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깨돌이 여자친구가 새끼를 가진 것. 그리고 6월, 깨돌이는 8마리의 아빠가 됐다. 

     늘어난 깨돌이의 가족만큼 준비해주는 식사양도 많아졌지만 그만큼 정도 깊어졌다. 매일 한 번, 밥을 달라고 외쳐대는 아빠 깨돌이의 목소리가 매일 더 커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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