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부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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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는 오늘도 ‘맑음’러블리부여인 2017. 11. 21. 22:56
부여군 남면에 위치한 마정초등학교는 매일 전교생이 모여 발맞춰 뛰기, 이어달리기로 아침을 맞는다. 달리기가 끝난 후, 교정에 울리는 아름다운 합창소리 또한 언제 들어도 ‘맑음’이다. 이렇게 매일 아침을 함께 맞는 마정초등학교의 전교생은 모두 15명이다. 수업뿐 아니라 보육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는 마정초등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의 사이는 여느 학교와는 다르다. 마정초는 다른 학교와 다르게 각 요일별로 11개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는 돌봄형방과후학교다. 때문에 매월 1회 토요일마다 문화예술역사체험이 마련돼 교사들의 토요일 근무도 많다. 이렇게 평일, 주말에 내내 붙어 있다 보니 정이 붙지 않을 수가 없단다. 그렇다보니 학생들의 가정형편을 알기에 교사들이 나서 아침밥, 빨래 등을 돕기도 했다. 이재숙 교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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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노을을 아름답게 하는 방식러블리부여인 2017. 11. 1. 00:37
어린이가 된 어르신들과 하루를 보내기 위해 장수요양원 김응태, 추영희 부부는 오늘도 화이팅을 외친다. 부부가 처음부터 요양원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20년 전 김응태(60)씨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당시 김응태 씨가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됐을 때, 참 와 닿았던 모습이 있었다. 바로 옆 침대를 사용하던 환자가 간병인 하나 없이 버거운 몸에 매일 끙끙대는 모습이었다. 환자가 혼자였던 것도 아니었다. 자녀가 5남매가 되는데도 그 누구도 아비를 간병하는 이가 없었던 까닭이었다. 그는 자신의 몸도 버거운 와중에, 옆 환자를 부축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날이 허다했다. 김응태 씨는 “그 때 나중이라도 어르신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 고민하는 계기가 됐어요”라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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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문화제, 그 시원(始原)을 얘기하다러블리부여인 2017. 9. 20. 00:13
1회부터 참여한 산증인 임병고 백제사적연구회장 새까만 교모에 하얀색 체육복을 입고 백마강변에 나섰던 때가 벌써 50년을 훌쩍 지났다. 그때 그 고등학생의 짧은 밤톨머리, 훤히 보이던 이마엔 세월의 흔적이 깊은 주름으로 새겨졌다. 전 부여문화원장을 지내고 현재 백제사적연구회 회장으로 있는 임병고 씨는 올해 맞는 백제문화제에 만감이 교차한다. 1955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제1회 백제대제에 참여했던 당시를, 그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TV도 없고 라디오도 귀하던 그 시절. 부여에서 백제대제를 지낸다는 소식이 퍼지면 인근 공주, 논산, 보령, 서천 등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당시엔 부여군민이 19만여 명이 넘던 시기였다. 그나마 이 먼 거리까지 오던 사람들은 지인이라도 있어야 머물다 갈 수 있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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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군 길냥이 깨돌이러블리부여인 2017. 9. 13. 02:48
깨돌이는 거의 매일 아침, 혹은 저녁마다 부여군시설관리공단 사무실 문 앞을 서성거리며 애옹거린다. 아무도 나오지 않을 때에는 더 큰 목소리로 울어댄다. 누가 이곳의 주인인지 모를 지경이다. 깨돌이는 2013년 부여군시설관리공단이 출범 이후 14년 3월 본부를 충화 청소년수련원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다. 13년 말 미리 수련원 현장에서 방문한 담당자들이 서동요 세트장을 살피던 중 바구니 안에 한 데 모여있는 새끼 고양이들을 발견한 것. 별 생각 없이 돌아갔던 이들은 14년, 다시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시 만난 고양이들의 몸집은 한 층 커져있었다. 반갑기도 했지만 근처에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없다보니 공단이나 동네를 배회하는 고양이들은 점점 늘어났다. 그렇다보니 누군가가 풀어둔 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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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을 열다, 이소진 씨러블리부여인 2017. 9. 6. 01:12
부여군에서 자매들과 함께 양꼬치 음식점 ‘미인꼬치’ 운영하는 이소진 씨는 오늘도 가게 문을 연다. 재중교포인 그녀는 2001년 해외연수를 위해 처음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엔 먼저 한국에 공무원으로 정착한 둘째언니를 따라 큰언니, 가족들과 함께 부여로 오게 됐다. 2003년에는 갑작스레 남자를 소개를 받게 됐는데 소진 씨가 네 자매 중에서도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셋째 딸이어서인지 금세 결혼으로 이어졌다. 남편을 소개 해준 이는 소진 씨의 큰 시누이가 됐다. 그렇게 부여에 모인 자매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다가 떠올린 일은 식당이었다. 큰 언니의 음식 솜씨는 중국에서 식당을 운영할 때도 소문이 날 정도였고 역시 경험이 있는 쪽이 다가가기에도 용이했다. 2013년 8월 가게 오픈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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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을 전파하는 강사’ 김혜선 씨러블리부여인 2017. 8. 29. 23:12
새롭게 부여에 도전장을 내민 김혜선(44) 씨와 부여의 인연은 처음이 아니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좋아 대중화 시키고 싶었던 혜선 씨는 아이들부터 문화유산을 접해야 후세가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컸다. ‘향유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그리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우리문화유산지도사’라는 역사 및 문화재 수업이나 이론, 문화유산 해설, 현장학습에 대한 전반적인 기획 등에 관련한 지도자를 양성했다. 이어 우리문화유산지도사 자격증과정의 수업계획서를 들고 무작정 충남 각 지자체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평생학습센터 등을 다녔다. 그때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준 곳이 바로 부여다. 부여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연락이 닿아 160시간의 교육을 맡게 된 혜선 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다름 아닌 ‘우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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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꿈도 진국, 엄민호 한식 요리사러블리부여인 2017. 8. 22. 23:35
한식대첩에 나와 꽤나 유명세를 탄 엄가네 곰탕의 엄민호 셰프는 어린 시절부터 요리의 꿈을 키우던 소년이었다. 어릴 적인지라 그저 막연하게 ‘요리사’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조리고등학교를 진학하고 싶었지만 당시 부여의 어른들은 여자는 부여여고, 남자는 부여고를 가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민호 씨는 부여고등학교로 진학한 3년 내내 요리책만 들여다본 것 같다며 웃었다. 3학년 때 담임교사가 민호 씨에게 “자격증을 딸 수 있겠냐”고 물었고, 그는 “시켜만 달라”고 대답했다. 담임교사가 학생부장교사에게 찾아가 민호 씨가 백제초등학교 앞에 생긴 요리 학원을 다닐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칼을 잡게 됐다. 민호 씨는 요리 생활을 오래한 학원원장에게 체계적으로 요리를 배울 수 있었다. 덕분에 한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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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문턱을 낮추다러블리부여인 2017. 8. 15. 20:37
북적거리는 부여 아울렛 조그마한 언덕을 넘어 한적한 도로를 지나다 보면 길 한쪽에 자리 잡은 작은 정원과 황토벽의 ‘서궁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방울토마토가 붉게 익어가고, 빨간 우체통이 편지를 기다리는 정원을 따라 들어가면 왼쪽엔 전시갤러리 공간, 오른쪽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 공간이 있다. 물론 양쪽 모두 그림은 가득하다. 서궁 갤러리의 주인은 임경자 씨다. 경자 씨는 고향인 합정리를 떠나 서울에서 그림 공부와 전시회 등 예술 활동을 다년간 이어온 예술가다. 그런 그녀가 부여에 정착하기 위해 작업실과 갤러리, 그리고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한 곳이 ‘서궁 갤러리 카페’다. 그녀는 초등학교 미술 시간이 참 좋았다. 미술 시간 한두 장 그리던 그림을 보고 선생님이 하루 한 장씩 ..